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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Expat : 영국이야기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올 해의 단어, 'Post-Truth (탈진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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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올 해의 단어, 'Post-Truth (탈진실)'

Lady Expat 2016.11.17 23:03

어제 옥스퍼드 사전에서 올해의 단어로 'Post-Truth'를 선정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POST-TRUTH, 이 단어는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다룰 때 이곳의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었는데,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post-truth politics'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었다. 한국에서도 정치 기사 등을 다룰 때 '탈 진실'이라고 번역되어서 요즘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의 단어로 이 'Post-Truth'라는 말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2016년 한 해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국어로 번역된 '탈 진실'이라는 용어는 내게는 한국말인데도 불구하고 좀 어렵고 모호하게만 들린다. 직역을 하자면 '진실을 알고 난 뒤' 혹은 '진실을 넘어서' 라는 것인데,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그 진실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어서 무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시민이 아니라는 루머나 그가 ISIS를 설립했다는 황당한 주장, 또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9/11 테러를 배후 조종했다는 말도 안되는 말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허위로 밝혀진 뒤에도  일부 대중들은 그 말을 아직도 믿고 있는 경우가 바로 탈 진실 정치 시대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옥스퍼드 사전 위원회에 의하면 Post-Truth란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보다 대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더 영향을 끼치는 환경이나 현상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정치적 논쟁을 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적인 호소나 감언이설로 편견을 부추기고, 거짓과 증오가 만연했던 올해의 정치세계를 대변하는 단어인 것이다. 

내게 post-truth politics 즉 탈 진실 정치는 정치인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Yes, I would lie to you (네, 기꺼이 거짓말하겠습니다) 하는 말로 들릴 뿐이다. 사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거짓말이나 부정직함은 새삼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브렉시트나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좀 더 다른 양상을 띤 것 같다. 


브렉시트를 적극 옹호하는 사람들(Brexiteers)이나 극단적 보수주의의 관점을 갖고 정식 언론매체보다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는 소위 '대안 우파(alt-right)'들이 설득하기를 겨냥한 것은 결코 대다수의 국민 특히 지식인층이 아니었다. 

그들은 주로 기득권층에 실망하고 신뢰를 잃어버린 어쩌면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마치 그들의 대변인 것처럼 '사실처럼' 들리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말들을 공공연히 함으로써, 어쩌면 그들에게 이미 잠재했던 편견들(하지만 남들에게 내 보이기는 불편했던 의견들)을 오히려 부추겼고, 기득권층이나 지식층에 대해서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도덕적/윤리적 결함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는 맹신도(?)들이 되었다. 아니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에서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에 불행해졌다면서 이민자 혐오주의나 인종주의식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들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그들의 자극적인 언어에 많은 사람들이 사실 확인에 이성적으로 관심을 갖기보다는 '사실처럼' 들리는 것에 더 감정적으로 분노했다. 자극적인 말에 흥분한 대중들에게 사실의 진위 여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Post-Truth Politics는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올해 폴란드에서도, 터키나 러시아에서도 목격되었고, 안타깝지만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반복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브렉시트의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 우왕좌왕 하는 영국 정부 (사진출처: 텔레그라프 신문 2016년 11일 16일)




이렇게 Lord of Lies(거짓말의 제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Art of the Lie (거짓의 예술)으로 제대로 된 구체적 계획이 없이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그들의 '도덕'이나 '양심'이란 기준이 일반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탈 진실 정치의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고, 우리는 이 단어들에 대해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실에 관해서만은 타협하지 않고 보도하겠다는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광고 (11월16일자 The Guardian)



탈 진실의 정치 시대 (Post-Truth Politics Era)가 한국에도 적용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촛불도 결국엔 바람에 꺼질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아직도 자신들이 민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소수의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 하지만 난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영국이나 미국의 국민들과는 달리 감정이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냉정한 판단을 내려주리라고 굳게 믿는다.  왜냐하면 난 지난 주 촛불집회에서 도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간절히 원하면서 함께하는 국민들에게서 커다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언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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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LED 양초...


요즈음 영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온 건전지 LED 양초들… 바람불어도 절 대 안 꺼지는데… 가격도 아주 착하답니다. 한국에도 팔 듯한데 그 분은 미처 모르신 듯… ㅎ (사진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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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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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6.11.18 00:42 신고 올해의 한국에서의 올해의 단어가 뭐기 될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최순실이겠고 또 혼이 비정상 ㅋ

    바람이 불어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
    김진태는 LED 촛불이 있다는거 당연히 모를겁니다
    내일 집회에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www.lady-expat.com BlogIcon Lady Expat 2016.11.18 13:22 신고 이번 주 sns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뉴스에서는 계엄령의 가능성까지 논의하고 있네요... 부디 이번 주말의 집회도 폭력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onlivre.tistory.com BlogIcon 봉리브르 2016.11.18 22:54 신고 탈진실이라니, 왠지 씁쓸하네요.
    진실을 짓밟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문제인가 봅니다.
    결국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걸까요..ㅠㅠ
  • Favicon of http://www.lady-expat.com BlogIcon Lady Expat 2016.11.23 01:46 신고 한국의 정치에서도 자주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과거에 대한 향수와 연민을 가지고 요즘 드러나고 있는 명백한 진실을 보면서도, 현 정부처럼 깨끗한 정부가 없었다며 기괴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는 그분들이 어떻게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의 편을 드는지 화가 나다가도,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에 의한 왜곡된 정보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점점 소외되는 그들이 불쌍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정치도 상황이 점점 우울하고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미국과 영국 뿐 유럽에 불어닥치는 극우세력들, 대안 좌파들도 걱정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점점 무관심해지고 무기력해져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데모하는 사람들이 요즘 한국의 촛불집회를 보며 규모뿐 아이라 한국인이 정치를 바꾸려는 열정과 믿음을 부러워하고 있죠... ㅎ